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바람》 리뷰, 90년대 감성, 깊은 여운, 청춘

by killernine9 2025. 2. 10.

바람
바람

학교 운동장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친구들과 소리 내어 웃던 순간들 그리고 이유 없이 가슴이 뜨거웠던 그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 짓거나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영화 《바람》은 그런 우리 모두의 기억 속 한 장면을 꺼내어 다시 보여주는 작품이다. 단순한 성장 영화가 아니라 청춘의 방황과 우정, 선택과 후회를 현실적으로 담아내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1. 불량서클에 들어간 소년 그의 선택은?

부산의 한 고등학교. 상우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장난치고 수업 시간엔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의 앞에 새로운 선택이 나타났다. 동네에서 가장 힘 있는 선배들이 그를 눈여겨보고 있었고 "같이 다니면 아무도 건드릴 놈 없다."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한 번쯤 강해 보이고 싶었다. 보호받고 싶었다. 그래서 상우는 주저 없이 그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짜릿했다. 싸움에서 이기면 환호를 받았고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반겼다. 이제 그는 예전과 달랐다. 학교 복도를 걸을 때도 사람들이 그를 의식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 짜릿함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상우는 점점 혼란에 빠졌다. 정말 이 길이 맞는 걸까?

친구들은 점점 더 거친 일에 휘말려 갔다. 단순한 장난이었던 행동이 점점 심각해졌고 상우의 마음속에는 불안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집에서는 부모님과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예전에는 꿈꿨던 미래도 점점 희미해졌다. 처음엔 단순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되돌아갈 수 있을까?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거리 한복판에 서 있던 상우는 문득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낯설었다. 예전의 순수한 모습은 사라지고 싸늘한 눈빛만 남아 있었다. 그는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이었을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귓가에 맴돌았다.

2. 90년대 감성을 완벽히 담아낸 연출

거리는 오토바이 굉음으로 가득했고 골목길에서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장난을 치며 걷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 앞에서는 누군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친구들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영화 《바람》은 그 시절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 학창 시절도 저랬는데.”라고 느낄 만큼 90년대의 분위기를 완벽히 재현해 냈다. 화면 속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오래된 기억을 꺼내 보듯 자연스럽게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부산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대사와 골목 어귀에서 주고받는 시선, 친구들과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는 모습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마치 우리가 직접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촌스럽지만 정감 가는 교복 차림, 낡은 벽돌 건물, 길가의 가게 간판까지도 세심하게 연출되어 마치 90년대에 머물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동전을 꺼내던 학생들의 모습이나, 연탄가스를 피우며 바닥에 앉아 라면을 끓여 먹던 풍경까지도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리고 영화 속 음악. 작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90년대 유행가, 거리에서 들려오는 노래방 반주, 친구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불렀던 가요들은 그 시절의 감성을 더욱 생생하게 되살린다. 노래 한 곡이 울려 퍼질 때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과거로 돌아간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마음 한구석에 남는 그리움과 여운은 단순한 학원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학창 시절의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 영화는 그 시절이 결코 사소하지 않았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3.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결말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랐다. 상우는 점점 더 깊이 조직 생활에 빠져들었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친구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던 시간은 어느새 사라졌고 그의 곁에는 불안과 후회만 남았다.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이었을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귓가에 맴돌았지만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린 듯했다. 가까웠던 친구들은 하나둘 떠나갔고 남은 것은 공허함뿐이었다.

 

그날 바람이 불었다. 길을 걷던 상우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예전 같았으면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웃고 있었을 시간 이제 그는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더는 과거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영화는 특별한 대사 없이도 깊은 감정을 전달한다. 상우의 표정, 망설이는 걸음걸이,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만으로도 그의 고민과 결심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상우는 잠시 멈춰 서서 길을 돌아본다. 우리가 지나온 청춘도 그렇게 한 번쯤 돌아보게 된다. “네 청춘은 어땠니?” 영화는 관객들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우리도 상우처럼 방황했던 순간이 있었고 누군가는 아직도 그 길을 걷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누구나 언젠가는 자신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는 잔잔한 여운이 이 작품의 진정한 힘이었다.

결론 : 바람처럼 지나간 우리의 청춘 이야기

《바람》은 단순한 학원 영화가 아니다. 청춘의 방황과 선택을 솔직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후회했던 날들, 그리고 결국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용기. 모든 것이 이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단순한 성장 영화가 아닌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되새기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한 번쯤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철없던 순간이 있었고 실수도 많았지만 결국 그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영화는 지나간 시간 속에 묻혀 있던 우리의 감정을 끄집어내며 그 시절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특히,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감동은 청춘의 순수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담아냈다는 점이다. 어릴 적에는 모든 것이 영원할 것만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우리는 깨닫는다. 함께였던 친구들이 각자의 길을 가고 추억으로 남을 줄 몰랐던 순간들이 어느새 아련한 기억이 되어버린다. 영화 속 상우가 마지막에 바라보는 하늘은 그가 지나온 시간들을 의미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돌아보는 지난날을 상징하는 듯하다.

 

학창 시절이 그립다면 혹은 한때의 실수를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짓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시간은 흘러가도 그 시절의 바람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바람처럼 스쳐 간 청춘 그 순간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면 이 영화는 꼭 봐야 할 작품이다.